[한국강사신문 조전회 칼럼니스트] 며칠 전 지인을 만났다. 사는 얘기나 하자고 만난 자리다. 첫 마디부터 한숨이 가득했다. 답이 없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은 더 안 된다는 말을 연거푸 쏟아냈다. 결국 시작하는 말과 끝나는 말이 같았다. “답이 없다.”

문제는 있는데 해결책이 없을 때 우리는 흔히 ‘답이 없다’라고 한다. 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당장 해결되지 않으니 없어 보일 뿐이다. 한참을 토하듯 쏟아낸 하소연이 끝나자 서서히 얼굴이 밝아졌다. 스스로 뱉은 말에서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없던 것이다.

한참 이어지는 대화 사이로 아이스라떼가 놓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유와 커피의 경계가 명확했다. 우유와 커피가 섞이면서 경계가 모호해졌다. 그리고 색깔이 변했다.

사람들은 명쾌한 해답을 원하지만, 세상일에서 정확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우유와 커피의 경계가 선명하듯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분명하다. 어떤 것을 원하고 바란다는 건 지금 내가 그것을 갖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우리는 그것을 결핍이라고 부른다. 결핍은 스스로 인정과 수용이 있어야 채울 수 있다. 자신의 결핍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채워야 하는 그릇의 뚜껑을 열지 않는 것과 같다.

나 또한 설익음과 부족함을 덮으려 애쓰던 때가 있다. 결핍을 외면하고 포장하는 과정에서 생각과 말, 행동의 부조화 현상이 발생한다. 생각하는 대로 말하지 않고 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생각이 앞섰거나 의지가 과하거나.

흙탕물이 가라앉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듯 결핍을 인정하기 위해 가장 좋은 처방은 기다림이다. 과한 의욕이나 열등감으로 조바심 나 있지 않은지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우유와 커피가 섞이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바라는 것과 현실의 차이가 모호해질 때까지 말을 담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영어에 ‘킹핀(kingpin)’이라는 단어가 있다. 경제용어로써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기 위한 ‘핵심목표’라는 의미가 있다. ‘킹핀’은 캐나다 벌목공들이 무거운 통나무를 이동시킬 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다. 벌목공들은 무거운 통나무를 손쉽게 이동시키기 위해 흐르는 강물에 띄워 보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준비된 나무는 먼저 강가에 쌓아둔다. 나무가 워낙 크다 보니 한꺼번에 떠내려가게 되면 강폭이 좁아지는 곳에서 병목현상이 일어난다. 이 상태를 ‘통나무(log)’가 ‘막혀있다(jam)’라는 뜻의 ‘로그 잼(log jam)’이라고 한다.

로그 잼이 발생하면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나무라도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수백 톤이나 되는 나무를 손으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때 벌목공들이 쓰는 방법이 있다. 수백 개의 통나무 사이를 오가며 나무의 위치를 살피는 것이다. 유심히 살피다 나무 하나를 발견하면 망치로 치기 시작한다. 그러면 나무들이 서서히 움직이면서 병목현상이 사라지고 다시 떠내려가게 된다. 벌목공들은 이 나무를 ‘킹핀(kingpin)’이라고 부른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길을 트는 나만의 킹핀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에도 시작은 있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서로 다른 것을 섞는 일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꽉 막힌 병목현상에 킹핀이 존재하듯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에도 해결책이 있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문제를 멀리서 바라보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느리더라도 꼭 지나야 하는 과정이다.

오세진 작가의 저서 『몸이 답이다(새라의숲, 2018)』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건강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노력해서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때가 있다. 그것을 잃었을 때다. 건강이 그렇고 사람이 그렇다. 문제 상황을 접하는 자세 또한 그렇다. 그저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생각이 손이 되고 행동이 발이 되어야 한다. 손과 발이 함께 문제를 마주해야 답을 찾을 수 있다. 답은 자신이 제일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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