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20년간 수만 명의 마음을 수리해 온 한창수 교수의 다정하고 힘 있는 위로의 말들! 저는 무조건 당신 편입니다.”

“저는 무조건 당신 편입니다.” 이 말을 들은 당신, 어떤 기분이 드는가? 만약 당신이 지금 힘들고 괴로운 처지라면, 이 말은 구원의 손길로 느껴질지 모른다.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공감하기 어려운 이 세상에서, 그 어떤 판단이나 평가, 대가 없이 나를 지지해 주는 이를 만난다는 건 그 자체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리고 이런 기적은 다신 일어서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이 무릎을 세우고 찬찬히 일어나 단단한 발걸음을 내딛게 만드는 더 큰 기적으로 이어진다.

정신 건강 전문의 한창수 교수는 자신의 첫 책 『무조건 당신 편(알에이치코리아, 2020)』에서 이 일련의 과정을 ‘외상 후 성장’이란 말로 설명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에 대비되는 이 말은, 상처받은 이들이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것을 넘어 ‘성장’에까지 이르는 것을 일컫는다. 지금까지의 심리 연구가 ‘회복’ 단계에 머물렀다면(회복탄력성),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성장’ 단계(외상 후 성장)까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탄탄한 학문적 근거에 기반한 이 책 『무조건 당신 편』은, 하지만 다정한 그의 성향답게 편안한 글, 청량하고 포근한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표지 뒷면에는 독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깜짝 그림 선물이 숨겨져 있다!). 또한 그가 진료실 안팎에서 만났던, 마음의 문제를 갖고 있는 이들의 사례와 현실적인 해법을 충분히 제시해 공감의 폭을 넓힌다.

그는 말한다. “저는 무조건 당신 편”이니, “이 책을 읽고 난 당신 또한, 스스로에게 ‘난 무조건 당신 편’이라고 말해주었으면” 한다고. 혹독한 세상에서 기댈 데 없는 우리가 무너진 마음을 일으킬 수 있는 주문이 있다면, 그건 바로 ‘무조건 당신 편’ 아닐까.

△ ‘자기 부정’에서 ‘자기 지지’로 돌아서는 ‘외상 후 성장‘의 비밀

이 책 『무조건 당신 편』의 장점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법한 이들의 평범한 이야기, 그들을 향한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지며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읽힌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한창수 교수는 우리 나라 정신 의학계에서 선도적인 연구자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책의 진짜 대단한 점은 바로 이 부분, 즉 그가 해온 무수한 연구들의 핵심적인 결과가 아주 쉬운 말들로 소개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외상 후 성장’이다. 상처를 치유하고 거기서 회복되는 능력을 일컫는 ‘회복탄력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회복 후 한 단계 더 나아가는 능력을 일컫는 ‘외상 후 성장’ 개념은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듯하다.

외상 후 성장에 대해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삶을 다시 쓰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다시 말해, “죽을 것 같은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정을 거치면서 인격적으로 성숙해지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것, 그런데 그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을 넘어 무언가 더욱 좋은 쪽으로 훌쩍 성장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는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들과 비교해, 외상 후 성장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이들은 외상 후 기존 인간관계를 재편하고, ‘감사’라는 행위에 집중하며 자기 삶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이뤄낸 것들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세상의 비합리성에 대해 인정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저자가 강조하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받아들이되, 좀 더 나아지기 위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노력을 계속할 것. 너무 간단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 이를 실천하며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중심을 잃고 비틀거릴 때마다 이렇게 꽉 붙잡고 있을 수 있는 기둥 같은 책이 필요한 것일지도.

다행인 것은, 이 책엔 추상적인 이론 말고도 실질적인 조언이 적재적소에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저자가 연구자인 동시에 실제 내담자들을 만나는 치료자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따뜻한 위로, 섬세하고 실용적인 조언 말고도 이 책을 봐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포근해지는 이소정 작가의 그림이 곳곳에 담겨 있다는 점. 특히 책 겉표지 뒷면에는 독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깜짝 그림 선물이 담겨 있다. 내용 면에서도 형식 면에서도, 이 책은 그 자체로 당신을 위한 치유의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무조건 당신 편』의 저자 한창수는 마음의 힘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먼저 그의 편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믿는 정신 건강 전문의다.

고려 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과 미국 듀크 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고려 대학교에서 정신 건강 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또한 2018년에는 중앙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을 역임했고, KBS 〈생로병사의 비밀〉을 비롯한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마음과 정신의 문제를 쉽고 편안하게 설명해 왔다.

군의관 시절, 서부 사하라 평화유지군으로 자원하여 전 세계에서 모여든 파병 유엔군들을 상담하고 그들의 정신 건강 실태를 보고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고난을 겪은 이들이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고, 성장하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회복력과 외상 후 성장, 건강한 사회적 관계에 대한 연구를 지속한 결과, 국제 영문 저널에 240편 이상의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성과를 냈다.

다양한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내담자들에게 미처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이야기들을 꾹꾹 눌러 담아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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