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세상에 공개된 이후로 끊임없이 진위 여부에 휩싸여왔던 《남명증도가》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다. 불교서지학ㆍ고려대장경 분야 권위자 박상국 박사가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의 진실을 규명하고 다시 쓰는 한국 인쇄의 역사. 가장 논란이 된 〈최이 지(誌)〉 재검토부터 금속활자본과 목판본의 특징과 차이에 대한 분석, 우리나라 인쇄술과 활자에 관한 깊이 있는 고찰까지 말한다. 저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남명증도가(김영사, 2020)> 치밀한 역사적ㆍ학문적 고증, 오랫동안 집요한 추적 끝에 마침내 밝혀낸 놀라운 비밀을 밝혀낸다.

이 책은 금속활자본인 공인본과 목판본인 삼성본을 비교ㆍ분석해서 공인본이 금속활자본임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먼저 1장에서는 《남명천화상송증도가》가 어떤 책인지, 그리고 현재 남아 있는 판본이 얼마나 있는지를 모두 조사하여 분석했다. 2장에서는 그동안 《남명천화상송증도가》가 왜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목판본으로 판명됐는지 그 과정과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가장 논란이 된 〈최이 지〉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에 대한 재검토 과정도 모두 담았다. 결국 최이의 지문에 대한 오해로 동일본이라 하였으나 동일본이 아니었다.

3장에서는 공인본과 삼성본이 동일한 판본으로 보물로 지정되었지만, 공인본은 동일한 목판본이 아니라 금속활자본임을 밝혔다. 그리고 공인본에는 금속활자본의 특징을 많이 지니고 있음을 상세히 밝혔다. 그것도 초창기의 금속활자본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너덜이, 획의 탈락, 광곽, 보사(補寫), 활자의 움직임, 뒤집힌 글자, 활자의 높낮이에 의한 농담의 차이 등이 금속활자본으로서는 처음으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공인본의 이런 점이 금속활자 발명 이후 처음으로 간행한 책임을 알게 해주었다.

4장에서는 공인본의 역사적 위치가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우리나라 인쇄술의 역사를 개괄해보았다. 특히 19세기 말에서 20세기에 걸쳐 영국, 프랑스, 일본, 독일, 미국 등 외국학자들에 의해 한국의 금속활자가 연구되면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국가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우수한 문화민족으로 자존감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자기 역사와 문화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외국인들에 의해 형성된 성과에 의해서 금속활자 종주국이라는 칭찬에만 더불어 춤췄다. 저자는 고려가 금속활자를 발명했지만 지방의 사찰이 중심이 되어 간헐적으로 몇 차례 서적을 간행했을 뿐이며, 그마저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어서 다시 목판 인쇄로 회귀했다고 일침하였다.

마지막 부록에는 공인본의 한글 완역과 영인본 전문을 실어, 이 책이 낯선 독자들이 그 내용을 파악하고 금속활자본의 면면을 오롯이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역사와 문화를 다시 써야 하므로 불명확한 부분은 수정하게 되었고, 영문과 일문의 초록도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출판사와 여러 인연 덕분으로 초판에 이어 바로 재판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 박상국은 정통한 불교서지학자이자 고려대장경 연구의 권위자. 우리 문화재의 가치와 의미를 연구하고 대중에 알리는 작업에 오랜 시간 천착해왔다. 불교학으로 동국대학교에서 석사학위, 일본 동경 대정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재관리국 전문위원을 시작으로 문화관광부 심의위원(전통 사찰),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연구실장, 프랑스 외규장각도서 환수 자문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또한 한국문화유산연구원 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국립중앙도서관 고서위원, 국립산악박물관, 국립항공박물관, 송파책박물관 등 국공립박물관 평가자문위원이자 한국전적문화재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1990년대 이래 전적조사연구회를 꾸려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을 50여 차례나 오가며 해외에 유출된 우리 고서를 조사했다. 특히 2011년 일본 궁내청 소장 도서 1,205책을 돌려받을 당시 반환 실무협상에서 한국 측 대표 역할을 담당했는데, 그 공로로 문화재청장 표창과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그동안 「해인사대장경판 재고찰」,「대장도감과 고려 대장경판」,「고려대장경의 진실」,「국외전적문화재 환수와 그 과제」 외 다수의 논문과, 『신라사경 대방광불화엄경』,『전국사찰소장 목판집』,『사경』,『한국의 책 문화』,『세계 최고의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고려대장경판의 판각과 남해』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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