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전민경 칼럼니스트] “너도 대학 좋은데 가야지?”, “너도 어서 좋은데 취직해야지?”, “너도 어서 결혼 해야지?”

듣기 싫은 말 3종 세트다. 친척들은 매년 물어본다. 지겨울 만도 하지만, 그들의 질문은 변하지 않는다. 특히 명절 때마다 갓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너도 어서 좋은데 취직해야지?” 라는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 

이미 대학을 졸업한 A는 이번 명절 때는 여행을 가고 싶다. 지난 설, 지방에 내려간 그는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너도 어서 취직해야지? 왜 취업이 안 되는 거야? 너무 고르지 말고 아무데나 들어가.”라는 말을 듣는 통에 괴로웠기 때문이다. 멋쩍은 듯이 웃었지만 올해도 취직이 안 된다면 웃고 넘길 자신이 없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며 용돈을 쥐어주던 친척들이었는데 이제는 보고 싶지 않은 손님들이 됐다. 좋은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잘했다며 용돈을 받았던 그는 행복했다. 

고3때 좋은 대학을 가게 됨으로서, 고생의 끝이자 행복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대학 졸업 후에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한다면 이것 또한 고생의 끝인지 궁금하다. 좋은 대학교에 입학했던 희열을 다시 느끼기 위해 취업 공부를 계속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취업하기도 싫고 자신감도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취직하기 싫어서 사업을 해볼까도 생각하지만 딱히 사업 아이템도 없고 종잣돈도 없다. 

이렇듯, 학생 신분이 아니거나 직장인 신분도 아닌 취준생들은 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겉으로 내색은 안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좌절을 하고 자신감도 없어진다. 취업준비의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자신감을 가져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나는 왜 취업이 안될까?’ 라는 것보다 ‘나는 취업할 수 있다. 꼭 해낼 것이다.’라는 자신감과 준비기간의 힘든 시간을 이겨내야 한다.
 
나도 6개월 동안의 취준생 시절이 있었다. 학생 신분도 더 이상 아니고 무직자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학교 다닐 때는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용돈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졸업 후에는 더 이상 부모님께 용돈을 달라고 말하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동네에서 걸어가다가 아는 사람이라도 우연히 만나면 나에게 어떤 일을 하냐고 물어볼까봐 고개를 숙이고 걷던 적도 있었다. 추석 명절 때는 부모님 댁에 가지 않고 혼자 보냈다. 명절 때 맞닥뜨릴 친척들의 취업질문과 그 상황에서 난감해 하실 부모님을 생각하면 부모님께 많이 죄송했다. 가끔은 내가 왜 이렇게 남들 눈치를 보는가 싶기도 했다.
 
나보다 먼저 취직한 친구들은 일이 바쁘다고 만날 시간도 없었다. 그들은 회사 생활이 힘들다며 푸념을 늘어놨다. 그러나 그런 푸념조차도 나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친구들은 첫 월급을 받은 후, 나에게 한턱을 내기도 했고 회사에 입고 다닐 브랜드 옷도 여러 벌 구입했다. 2개월이 조금 지나자 적금을 들었다는 친구도 있었고,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다는 친구도 있었다. 어떤 친구는 1년 안에 차를 산다며 주말마다 자동차 전시장을 다녔다. 나는 그들이 마냥 부러웠다. 친구들은 나에게 “너도 곧 좋은데 취직할거야.” 라고 말할 때마다 자존심도 상했다. 미국에서 명문대를 나오고 영어도 곧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취직이 쉽지 않았다. 나름 미국에서 대학원도 졸업하고 일했던 경력도 있어서 한국에서의 취직이 하루 만에 될 줄 알았던 것은 나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냥 고스펙의 무직자였다.
 
어느 날 나는 한 회사에서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는 문자를 받고 면접 장소에 갔다. 그 회사의 예술기획팀에 지원했는데, 8명의 지원자가 있었다. 그곳에는 나와 같은 대학원을 나온 동기도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우연히 발견하고는 어색한 듯 ‘피식’ 웃었다. 그녀도 아직 구직 중이었기 때문이다. 8명의 지원자들이 나란히 앉아 2명의 면접관들과 면접을 시작했다. 불행히도 나의 순서는 1번으로 면접관들의 모든 질문을 맨 처음 대답해야 했다. 면접관이 많은 질문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전민경씨는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로서 과가 다른데 왜 예술기획팀에 지원했죠?”
“예술기획팀은 잡무도 많습니다. 대학원까지 나왔는데 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의 단점을 말해보세요.”
“업무 중에 동료와 문제가 생길 시에 어떻게 해결하겠습니까?”
“전공과 예술기획은 무관한데 지원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나는 처음 답변하는 지원자로서 질문들에 대한 집중을 잘 하지 못했다. 옆에 있는 지원자들도 신경이 쓰였다. 답변을 하다가 당황해서 대답을 우물우물 한 것도 있었다. 내가 어떻게 대답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 무렵 마지막 지원자가 대답을 마쳤다. 모든 면접이 끝나고 문을 나서면서 내가 얼마나 자만했는지 깨달았다. 미국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다고 면접 준비에 소홀했던 것이 실수였다. 나는 대충 해도 면접이나 취업을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귀하의 자질과 역량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모집 인원으로 인해 인연을 맺지 못하게 되었음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전해드립니다. 귀하의 취업에 좋은 결과 있기를 기원하며, 다음 기회에 더 좋은 인연으로 만나 뵐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불합격이란 단어는 없었지만 이 문자를 받는 순간 나는 세상에서 거절당한 느낌이 들었다. 이 문장을 많이 받아봤던 사람들은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알 것이다. 동시에 내가 힘들게 유학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모든 일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았다. 정중한 문자였지만 결국 나를 원하지 않은 것이었다. 다음 기회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말은 꼭 거짓말처럼 들렸다. 이러한 불합격 통지의 문자들이나 이메일은 취준생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모두 며칠 동안 면접 본 회사의 합격을 기대하면서도 혹시 모르니 다른 회사들에 다시 서류를 넣거나 면접을 보러 다닌다.

이런 힘들고 긴장된 순간들을 경험하는 취준생들은 취업준비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말들에 상처를 종종 상처를 받기도 한다. 

“벌써 졸업했어? 한창 취직 준비하겠네. 취업 준비는 잘 되고?” 
“앞으로 뭐 먹고 살래?”
“어서 취직해서 부모님 편하게 해드려야지.”

안 그래도 면접에서 떨어지면 며칠은 의기소침해지는데 이런 질문들은 상처주기의 끝판 왕이다. 취업난에 서류전형 낙방, 면접 실패의 신화를 겪고 있는 취준생들에게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말들은 취준생을 더 위축되게 만들 수 있다. 

취준생들이여, 그렇더라도 위축되지 말고 원하는 회사에 입사한다는 자신감을 가져라. 자신에 대한 신념과 믿음을 가져야 자신의 목표를 달성시킨다. 신념이 굳건하면 작은 실패들을 성공으로 이끌어나가는 힘이 될 수 있다. ‘너의 길을 걸어가라. 사람들이 무어라 떠들던 내버려 두어라.’ 단테는 말한다. 흔들리지 않는 마인드 세팅을 제일 먼저 해야 취업할 수 있다. 사람들이 그냥 던지는 말에 조급함을 절대 가지지 마라. 그들이 뭐라고 하던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면서 묵묵히 걸어가기를 바란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해낸다.’ ‘나에게는 저력이 있다. 나에게는 오직 전진뿐이다.’ 이렇게 생각하기를 바란다. 

※ 참고자료 : 『한 권으로 끝내는 취업 특강, 스토리 스펙으로 단기간에 취업에 성공하는 비결(위닝북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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