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백인혜 칼럼니스트] 대기업이 대량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대에서 개인들의 취향이 중요해진 시대로 변하고 있다. 요즘 대세인 유튜브 세대들은 자기가 원하는 브랜드의 콘텐츠를 소비한다.

좋은 브랜드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 브랜드는 왜 만들었나요?”, “이 브랜드를 고객이 왜 반드시 사야하나요?”, “비슷한게 많은데 이 브랜드가 왜 꼭 존재해야 하나요?” 이런 질문을 하면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패션계의 태양왕’으로 불렸던 베르사체 브랜드는 잘 알려진 명품이다. ‘화려함, 관능적인 아름다움’ 컨셉으로 세계 무대에 발을 넓혔다. 당대 유명인사들의 러브콜을 수없이 받았다. 무명 배우였던 엘리자베스 헐 리가 베르사체 드레스를 입고 순식간에 스타로 떠오른 일화는 아직도 회자 된다. 이렇게 잘 나가던 브랜드가 예상치 못한 베르사체의 죽음으로 인해 혼란을 가져 온다. 유행을 쫒다보니 브랜드 색채가 바래져 갔다, 화려함이라는 기존 이미지 보다는 유행하던 미니멀리즘 등을 추구하는 등 혼선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10년이 채 되지 않아 매출은 반토막이 났고 적자에 빠져 헤어나질 못했다. 베르사체는 결국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미국 핸드백 브랜드인 마이클 코어스에 팔렸다.

잘나가는 회사, 잘나가는 브랜드는 이유가 있다. 브랜드 이름에 창업 이념, 미래의 비전, 경영 전략, 핵심 경쟁력이 들어가 있다.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곧 존재를 만드는 일이다. 마케팅서당 이용찬 대표의 저서 『노자마케팅(마일스톤, 2017)』에서 그는 말한다. “조만간 차별화 같은 전략 개념은 낡은 말이 되고, 차별화를 넘어서 나다움을 이룬 브랜드와 기업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나다움’이라는 단어는 퍼스널브랜딩이나 인문학에서 자주 듣는다. 나다움은 곧 정체성(Identity)이다. 정체성은 사전적 의미로는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다. 쉽게 말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는 일이다. ‘트렌드나 매너리즘에 빠진 남과 비교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온전한 나다움’. 나를 비우고 채우다 보면 나의 중심이 잡힌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구분되고, 내 삶의 기준이 생긴다. 기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게 될 때 비로소 나다움을 찾을 수 있다. 이는 브랜드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브랜드 정체성은 씨앗과도 같다. 어떤 꽃이 피고 어떤 열매를 맺을지는 브랜드 정체성에 의해 결정된다.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의 이유를 찾아서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치냉장고의 원조 ‘딤채’라는 브랜드가 있다. 삼성, LG 같은 대기업이 김치냉장고 시장에 뛰어들어 추격을 당할 때 딤채는 나다움의 본질로 돌아가서 생각했다. ‘딤채는 김치냉장고가 아니다.’ ‘김치를 가장 맛있게 숙성, 발효 시키는 세상에 하나뿐인 발명품이다.’ ‘이제부터 딤채는 발효 과학이다’. 발효과학 딤채는 이렇게 탄생된 브랜드라고 한다. 대기업과 경쟁할 것이 아니라 딤채 존재의 이유를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당장의 속도보다는 얼마나 오래 어디까지 멀리 달릴 수 있는 것인지가 관건이다. 존재의 이유를 정확히 알고 내공을 갖고 있다면 언제든 기회를 만날 것이다. 쌓은 만큼 폭발하기 마련이다. 하루 이틀 앞서는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 안의 씨앗이 얼마나 건강하고 단단한가’ 이다.

진정한 나다움 전략을 만들고 오래 지속되는 브랜드이고 싶은가? ‘브랜드가 왜 지구라는 별에 존재하는가?’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생각해 보자.

※ 참고서적: 이용찬의 『노자마케팅(마일스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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