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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재은 칼럼니스트] 새해가 열린지 엊그제 같은데 순식간에 보름이 흘러갔다. 나이가 들면 사람은 느리게 가는 시계로 변해간다. 삶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상대적으로 세월의 속도가 빠르게 느껴진다. 물리적인 나이와 세월의 빠르기가 함께 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다우어 드라이스마는 책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에서 이야기한다. “인생의 초입에 서 있는 사람은 강물보다 빠른 속도로 강둑을 달릴 수 있다. 중년에 이르면 속도가 조금 느려지기는 하지만, 아직 강물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 그러나 노년에 이르러 몸이 지쳐버리면 강물의 속도보다 뒤처지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제자리에 서서 강둑에 드러누워 버리지만, ​강물은 한결같은 속도로 계속 흘러간다.”

같은 맥락에서 이렇게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 어릴 때는 모든 게 새롭고 신기하여 학습할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시간이 더디게 간다고 느껴지고 나이가 들수록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고 기억할 정보가 적어지면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어찌하든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는 것엔 큰 이의가 없는 것 같다. 물리적인 나이의 한계는 어찌할 수 없다 해도 쏜살같은 시간을 강물이 흐르는 정도로 ‘느리게’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세상사에 호기심을 가지고, 가능한 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며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스스로 느끼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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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익에만 골몰하며 잔머리를 굴리는 대신 새로운 세상에 마음을 열고 감성의 촉수를 세우면 훨씬 ‘긴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라틴 아메리카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이반 일리치는 인류를 구원할 세 가지로 도서관, 자전거와 함께 시(詩)를 들었다.

프랑스에서는 초등학교 때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이 시라고 한다. 하버드 대학에서는 시 낭독 녹음자료를 듣는 방을 따로 둘 정도로 시를 중요시하고 있다. 시(詩)는 그 자체로 부작용 없는 치유제라고 한다. 가진 자와 강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역사라면 못 가진 자와 약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문학이고 시라는 이야기에 울컥 했던 기억이 있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뜨끈한 밥 한 공기가 되지 못해도 그들을 기억하는 눈물 한 방울은 될 수 있다며 '몸으로 시를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다.

삶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일상의 지옥을 헤쳐 나갈 때 길을 열어주는 지도 한 장이 바로 시라고 지인이 이야기 했을 때 얼마나 마음이 따뜻해지고 힘이 나던지. 매월 한 번씩 진행하는 걷기 모임을 새해는 시와 문화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정했다. 공감과 통찰, ​눈물과 기쁨이 있는 치유제인 시를 삶에 녹여내고픈 작은 의지의 반영이다.

우리가 모두 시인이 될 수 없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손이 되는 시 한 수 암송할 수 있다면 자신에게도 세상 사람들에게도 이보다 더 아름다운 삶이 어디 있으랴. 새해에는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삶을 내려놓고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가서 시집 한 권 펼쳐보자. 그래서 시와 함께 살아가는 '맑고 향기로운 사람'이 되어보자.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힘을 주는 시인이 되어보자. 시와 함께 하는 삶은 힘이 세다.

※ 출처 : 교차로 신문 ‘아름다운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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