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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진호 기자] "닭의 맛은 다분히 뼈에 있다. 닭을 오래 삶아 뼈가 가지고 있는 모든 맛이 국물에 녹아들면 닭 요리에 체면이 선다. 그건 백숙이다. 작은 닭 한 마리로 온 가족을 배불리 먹여야 했던 아버지의 선택이다. 그래서 백숙은 또한 슬픈 요리다."(본문 중)

나만의 콘텐츠 만들기 수업을 들었던 분이 박찬일 셰프의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을 했다. 셰프의 책이라 큰 기대 없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빠져들었다. 저자는 기자로 일하던 중 이탈리아 영화에 매료되어 무작정 이탈리아 요리학교로 떠났다. 3년간 이탈리아에서 요리와 와인을 공부했다. 그는 유학 당시 요리 스승이었던 주세페 바로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가장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요리를 만든다"는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사는 셰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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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박찬일의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는 다양한 음식과 각 음식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고 있는 맛있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셰프로서 글쓰기 실력을 장착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이 더 멋지게 느껴졌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글로 표현하는 능력은 개인 브랜드 시대에 꼭 필요함을 새삼 느끼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후 앞으로 뭔가를 먹을 때 사료처럼 먹지 말고 음식으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기억에 남는 부분을 발췌해보았다.

“지구 역사가 45억 년쯤 된다고 한다. 인간은, 그 지구시계의 1년을 기준으로 12월 31일의 오후 다섯 시에 나타난 건방진 족속이라고 한다. 뒤늦게 나타나 주인 행세를 하며 지구를 파괴한다는 혐의를 받는다. 그 '오후 다섯 시의 존재'인 인간의 역사가 대략 4백만 년이다. 음식의 맛이란 또한 인간시계의 오후 다섯 시쯤에 나타났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인류가 공을 들이고, 불 위에서 물리화학적 조합을 시도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나는 맛을 만들지만, 맛의 과학적 구성은 잘 모른다. 다만 음식의 맛은 적절한 '간'이 좌우한다는 건 안다. 그 간의 핵은 물론 소금이다. 모든 맛은 결국 짠맛으로 수렴한다. 단맛, 신맛, 쓴맛이 없다고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지는 않는다. 오직 짠맛만이 음식의 맛을 결정적으로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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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신맛은 매우 고통스러운 화학적 돌출이다. 신맛은 단맛이나 짠맛과 어울려 놀라운 맛의 두께를 마련해낸다. 생각만 해도 혀끝에 침이 고이는 묵은 김치나 냉면의 시원한 동치미 육수도 딱 그런 맛이다.”

“혀도 정신의 지배를 받아 감각의 층위가 달라진다. 기분이 좋을 때, 화가 났을 때 혀의 반응이 모두 달라진다. 사랑하면 디저트가 유독 맛있는 것은 혀에서 단맛을 느끼는 미각돌기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단맛은 스스로 맛을 낸다. 단맛 그 자체로도 맛의 균형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최고의 단맛은 신맛과 짠맛, 쓴맛과 결합할 때 나타나기도 한다. 초콜릿이야말로 쓰디쓴 카카오와 설탕의 조합으로 탄생한다.”

“맛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통각인 매운맛은 자기를 찔러 남을 구하는 성격을 보여준다. 짜릿한 아픔은 다른 지루하고 오래된 통증을 치유한다. 잊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치유법이기도 하다.”

<사진=박찬일 페이스북>

박찬일 저자는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전공했으며, 현재 셰프로 활동 중이다. 잡지기자로 활동하던 30대 초반 돌연 요리에 흥미를 느껴 유학을 결심하고 1998년부터 3년간 이탈리아에서 요리와 와인을 공부했다. 다양한 매체에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며, 와인과 요리에 관련된 강의를 진행 중이다. 저서로는 <될 수 있다! 요리사>, <와인스캔들>, <최승주와 박찬일의 이탈리아 요리>, <박찬일의 와인 셀렉션>,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등이 있다. 등 여러권의 책을 지었으며, 지금은 논현동 '누이누이'의 셰프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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