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문장안에서 다시봄날을 누린다

[한국강사신문 진가록 기자] 박경득 산문집 『문장 안에 살다(도서출판 클북, 2019.10.7.)』이 출간됐다. 저자는 과수원 집 막내로 태어나고 자랐으며, 30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지냈다. 퇴직한 후에 글을 읽고 쓰면서 비로소 다시 보게 된 것들을 ‘다시 봄날’로 느끼며 책으로 엮었다.

“잔물결처럼 밀려오는 작은 감동에 아직도 마음이 떨린다. 삶이 좀 힘들다 싶은 순간엔 가슴이 먹먹하고 숨이 차고, 작은 일에도 가슴 저 밑바닥엔 콩닥콩닥 뛰는 내 숨소리를 듣는다. 두려움, 감동, 분노, 감사 등 감정의 물결이 여린 속내를 드러내는 것을 나는 본다. 밖에서 나를 부르고 보는 것이 거북할 정도로 내 가슴 밑바닥은 십 대 때나 지금 오십 대나 별반 차이가 없다”

사과나무 아래서 꿈을 키워온 소녀는 어느 새 오십 대 중년이 되었다. 그러나 두근거리며 소설책을 읽던 소녀시절이나,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잡는 지금이나 ‘봄날’이다. ‘글이란 어떤 경우이든 나 자신의 기록으로 세상에 나타난다. 똑같은 장면이나 사물을 보고도 각자 생각의 옷을 입혀서 다른 내용의 문장을 드러낸다’는 저자의 글 한 편 한 편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같다.

“설거지하다가 멋진 문장이 생각났다. 문장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서둘러서 그릇을 씻었다. 따뜻한 물에서 거품이 자꾸 생겨나 오래도록 그릇을 헹구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노트를 펼쳤는데 아까 그 문장은 완전히 도망가고 첫머리도 생각나지 않는다. 놓친 물고기처럼 아깝다. 아까 생각한 문장은 어디로 갔을까?”

문장(Sentence)의 어원은 라틴어 센텐티아(Sententia)에서 왔으며, 센텐티아는 ‘생각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문장 그 자체는 생각하는 과정이며, 한 작가의 문장은 그 작가의 생각하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저자가 인문고전학교인 ‘생각학교ASK’를 통해, 읽고 쓰고 사색하고 토론하며 느꼈던 생각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장 안에 살다』산문집은 한층 깊게 다가온다. ‘세상을 글로 풀어서 보면 더 예쁘다’는 글을 읽다 보면,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책을 출간한 도서출판 클북 관계자인 조신영 작가는 ‘인문학은 고독하게 문장을 읽고, 사색한 바를 타인과 나누는 토론을 통해 몸으로 익힐 때 비로소 지혜로 승화시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틈만 나면 읽고 쓰는 삶, 사색하고 토론하는 삶을 살아가는 저자의 『문장 안에 살다』가 인문학과 삶(Liberal Arts and Life) 시리즈의 첫 책으로 출간된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세상은 아름답다. 나도 아름다워지고 싶다. 욕심을 더 낸다면 나만의 향기를 폴폴 내고 싶다. 아름다운 시간에 좋은 글, 향기 나는 글을 읽고 싶다. 보석처럼 주머니 속에 넣어 만지작거리며 오래 간직하고 싶은 것들을 쓰고 싶다” 저자의 글이 도시에서 자란 나에게 사과꽃 향기를 전해주었듯이 다른 누군가에게 따뜻한 봄을 선물해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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